매일 똑같은 일기를 쓰는 아이들
일기를 쓰라고 하면 매일 똑같은 글을 쓰는 아이들이 있다. 어디 이뿐인가. 답을 뻔히 알면서도 시험시간이면 칸을 채우지 못하는 아이, 독서 감상문을 쓰라고 했더니 이야기의 줄거리만 쭉 늘어놓기도 한다.
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문장을 연결하기도 하고, 뭔가 글을 길게 쓰지만 전혀 감동이 없는 참고서 같은 문장만 나열하는 아이들도 있다.
글쓰기에 서투른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놀라운 문제는 잘 쓴 글과 못 쓴 글을 구분하지조차 못한다는 사실이다.
요즘 가장 부모들 속 태우는 과제, 글쓰기
이렇게 시작이 좋지 않은 아이들에게 글쓰기는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. 처음부터 글과 친해질 기회를 갖기 못한 채 글쓰기의 필요성만 강요받기 때문이다. 대학입시부터 입사시험, 넘어서 사회적 리더로서의 자질로도 필요하게 된 글쓰기.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논술학원과 학습지에 맡겨두면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일까? 과연 우리 아이들이 글쓰기와 친해질 방법은 없을까?
맛있는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아는 것처럼, 글도 써본 사람이 잘 쓰는 법이다. 생활 속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아이라면 어떤 장면에서 글쓰기와 마주쳐도 당황할 이유가 없어진다.
생활 속에서 하는 글쓰기
최근 생활 속 글쓰기라는 새로운 컨셉트의 도서[우리아이, 즐겁게 배우는 생활속 글쓰기]를 펴낸 독서전문가 남미영 박사는 부모들의 두려워하는 것처럼 글쓰기의 시작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.
TV 드라마 주인공인 금순이도 훌륭한 글쓰기 선생님이 될 수 있고, 인터넷 댓글을 달면서도 글쓰기 연습이 된다고 한다. 걱정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인터넷 홈페이지, 아바타까지 모두 글쓰기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기회가 되는 것을 인정하면 된다. 꾸중을 들은 날 끄적이는 낙서도, 방에서 몰래 읽는 만화도 모두 글쓰기 연습 상대가 된다. 직접 엄지북이라는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는 남미영 박사는 ‘생활속에서 배우는 즐거운 글쓰기 35작전’, ‘계단식 매뉴얼로 시작하는 생활 속 글쓰기 36작전’ 등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 85가지를 책으로 펴내 정리해 부모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.
습관이 된 글쓰기가 바로 논술의 힘
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짧고 재미있는 글쓰기로 시작하면, 좀 더 긴 글, 좀 더 논리적인 글을 시도할 때의 고통이 적어진다. 특히 부모 형제간의 많은 대화와 독서는 아이 스스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망을 자라게 한다.
당장 글을 못 쓰는 아이를 걱정하고 탓할 것이 아니라, 아이가 원하는 방법으로 글쓰기와 친해질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10년 뒤, 아이의 미래를 만드는 힘이 될 것이다.